[시론] 한진·현대 핵심역량 모아 해운 새판 짜야

입력 2016-09-06 17:54   수정 2016-09-07 09:20

국제물류까지 혼란 빚는 한진사태
우량자산, 인적자원 단속 서두르고
신형선박 발주, 조선수주도 도와야

전준수 < 서강대 석좌교수·경영학 >



컨테이너 정기선 노선의 최성수기는 9~11월이다. 연간 물동량의 40%가량이 이 기간에 몰린다. 한진해운은 미주로 향하는 정기선 시장의 7.8%에 이르는 운송을 담당해 온 국내 최대 선사다. 전 세계 60개 노선에서 140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운항하고 있다. 컨테이너선만으로는 세계 9위 업체로 1년에 1억t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으로 국제적 물류 혼란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국 해운의 경쟁력 붕괴는 물론이다.

현재의 해운 혼란은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훼손된 한국 해운의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 우선 한진해운 청산을 기정사실화한 뒤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 정기선 해운은 비용의 40% 이상이 항만과 내륙운송에서 발생한다. 정부가 이에 대해 지급을 보증한다고 선언해도 내륙운송업자들은 미지급분의 즉시 정산과 서비스 제공에 대해 현금 결제를 요구할 것이다. 이 부문에 대한 재정 투입만 단기적으로 5000억원 규모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해운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단기적으로는 현대상선의 가용 선박을 최대한 활용하고, 용선시장에서 단기로 컨테이너선을 빌려 미주노선에 긴급 투입해야 한다. 한진해운 보유 터미널 등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은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금융당국은 가장 중요한 자산인 우수 인력과 해외 영업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진해운의 영업네트워크와 현대상선의 영업네트워크를 상호 보완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6개월 이상 시간을 두고 한진해운의 해외 영업조직과 국내 조직을 유지하며 오직 영업성과를 바탕으로 한 평가를 통해 선별작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는 현대상선의 영업조직도 똑같은 기준 아래 평가해 선별작업함으로써 명실공히 가장 강력하고 우수한 영업조직과 해외 영업망을 구축해 한국 단일 컨테이너선사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현대상선도 대주주는 산업은행이지만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을 인수하는 방식은 아니다. 이왕에 새판을 짜는 것이다. 한국 해운의 최고 인재와 해외 영업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덴마크 해운회사인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대형화 경쟁으로 시작된 새 해운패러다임은 머스크 스스로 만든 선복 과잉 공급으로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한국이 주도해 새 해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컨테이너 1만3000개를 적재하는 고속·고효율·친환경 선박 20여척을 일시에 건조토록 해 우선 유럽~아시아 항로에 투입, 전체 운항기간을 20~30% 줄이고 정시운항률 90%를 달성할 수 있다면 ‘해운의 비즈니스 클라스’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고급 서비스로 글로벌 고운임 화물을 집중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는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국내 조선소에도 단비가 될 것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로 고민하고 있는 많은 선주를 자극해 국내 조선소에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는 수주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컨테이너 정기선뿐만 아니라 국내 중견 해운선사들은 정책적 무관심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이 여전히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에 따르는 추가 담보를 해운선사들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가 발주한 물량을 운송하는 우량 선박에도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해운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해운 전문 금융인 양성도 서둘러야 한다. 오늘의 해운 위기가 해운강국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전준수 < 서강대 석좌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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